지자기 편각이란?

편각과 클리노미터의 이야기.

지자기 편각이란?
지도와 지도 위에 올려진 나침반의 모습. 출처 - 팬덤위키

배를 운전하는 항해사에게 있어 나침반은 매우 필수적이다. 중세 시대에 발명된 나침반은 수많은 항해사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이런 나침반이 항해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바로 북극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북극이랑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이 달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아는 북극과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은 다르다. 우리가 아는 북극은 어디일까? 우리가 보통 "북극"이라 하면 위도가 북위 90도인 곳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은 정확히 북위 90도인 지역이 아니라 조금 벗어난 지역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지구는 하나의 큰 "비뚤어진" 막대자석이다.

흔히 사람들은 지구의 자기장을 설명할 때 "지구는 하나의 큰 막대자석"이라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뭐 엄밀히 따지지 않는다면 적절한 설명이겠지만,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저 설명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지구 자기장과 복각을 모식적으로 나타낸 그림. 출처 - 2024 수능특강 지구과학I

우리가 흔히 북극이라 부르는 곳을 지구과학에선 "진북"이라 한다. 진북의 정의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위도가 북위 90도인 곳"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경도선이 만나는 곳 중 북반구에 있는 곳"이다. 둘 다 크게 다르진 않다. 그리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극을 "자북(극)"이라 한다. 이 진북과 자북은 서로 미묘하게 그 위치가 다르다. 정확히는 진북은 고정이지만 자북이 고정적이지 않다. 자북은 시간에 따라 그 위치가 변하면서, 진북과 그 위치가 달라지게 된다. 위에 그림처럼 진북과 자기력선이 수렴하여 나침반이 지면과 수직이 되는 자북의 위치가 서로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진북과 자북은 서로 맞지 않는, "비뚤어진" 관계라는 것이다.

진북과 자북의 차이 때문에 생긴 척도들

진북과 자북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 여러 척도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편각이다.

진북과 자북에 대한 여러 척도들.

위 그림에서 진북은 진북의 방향을 나타내는 벡터, 연직 자기력은 현재 자리에서 연직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자기력을 나타내는 벡터, 수평 자기력은 현재 자리에서 수평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자기력을 나타내는 벡터이고, 전 자기력은 이 두 벡터의 합이다. 이때 진북을 기준으로 수평 자기력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가를 나타내는 척도가 바로 편각이다. 진북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양의 값을,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음의 값을 갖는다.

클리노미터

지질 조사를 하게 될 일이 많진 않겠지만, 하게 된다면 클리노미터라는 기기를 필연적으로 접하게 된다.

클리노미터를 이용해서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척도가 바로 주향이다. 주향은 진북을 기준으로 지층면과 수평면의 주향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지층면에 클리노미터의 긴 모서리를 수평으로 대고 북쪽을 기준으로 자침이 가리키는 바깥쪽 눈금을 읽으면 그게 주향이다. 주향을 표기할 때에는 꼭 방향을 결정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의 그림 처럼 주향이 N25ºE라면, 주향선이 진북에 대하여 25º만큼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바로 문제가 생긴다. 주향은 분명히 "진북"을 기준으로 해야 하지만, 정작 우리가 잃는 눈금은 나침반의 눈금, 즉 자북의 방향을 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질 조사에서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오차를 줄이기 위해 바로 편각이 필요하다.

편각을 이용해서 클리노미터를 보정하자!

클리노미터에서 읽은 주향은 그 지역의 편각을 고려하여 보정해야 한다. 편각이 그 자리에서 진북에 대한 수평벡터와 자북에 대한 수평벡터가 이루는 각을 나타내므로, 그 지역의 편각을 안다면 클리노미터를 보정할 수 있다.

...까지가 내가 지구과학 선생님과 지구과학II 책을 읽으면서 얻은 내용이다. 지구과학II 중 지질도 조사 단원을 배우면서 클리노미터를 접하게 되었다. 책의 한켠에 주석으로 "클리노미터에서 읽은 주향은 그 지역의 편각을 고려하여 보정한다." 라 적혀있는 한 문장에서 시작하여 흥미를 가져 이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되었고, 편각을 보정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접근이 쉽도록 웹앱으로 만들었고, 내가 원하는 위치를 검색하면 그 자리에서의 편각을 구해주는 간단한 웹앱이다. 아직 서버 세팅이 마무리되지 않아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빠른 시일 내로 공개할 예정!) 포스트를 먼저 올리기로 했다.

만들면서 "3D 지구본을 이용해 편각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어떨까?" 라고 생각해 three.js로 지구본의 3D 모델을 렌더링 하다보니 프로젝트의 스케일이 내 예상보다 커지게 되었다. 처음 만져보는 3D 모델링이라 며칠 끙끙대며 때려 치울까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끈기를 가지고 여러 3D 모델링 고수 분들께 도움을 받아 완성해낼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만들고 나니 매우 뿌듯하고 의미가 있었다. 내가 짠 웹 앱이 잘 작동하는 것을 보고 느낀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성취라는 것이 이런 것이다.

마치며

이 클리노미터 지자기 편각 계산기는 곧 공개 예정입니다! 공개된다면 그 주소는 https://clinometer.ardan.kr/ 가 될 것 같습니다.